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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벌써 흐려졌지만

by 무대 2021. 3. 16.

벌써 흐려졌지만 한 3일 전의 기억이다.

 

논현동 방으로 향하는 굽은 등 같은 오르막을 꾸역꾸역 오르고 있었다.

가로등은 드문드문 편의점도 하나 있고 길은 조용하고 

무섭지는 않은 밝은 늦저녁 

토요일 저녁이었다 그러고보니 

친구들을 만나 했던 이야기 (자필 3장 같은) 들을 나도 모르게 곱씹다가 

내가 교수님들을 멋있어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 

(사실 이건 며칠전에 깨달았는데 이상한 마음이라고 생각하다가, 엄밀히 말하면 그 의미를 새로 깨달았다고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ㅋㅋㅋ 

 

사실 한 사람의 인간은 결코 완전할 수 없고 

무결한 인간은 없으며 

어떤 사람이든 자신만의 과를 꾸준히 다스리며 

훌륭하게는 좋은 모습을 치열하게 붙잡고 산다는 생각을 하는데

뭐 결국 내가 사람에 대한 동경을 경계한다는 뜻이다ㅋㅋ

그렇지만 막연히 (소수의 일부) 교수님들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내 모습이 대체 뭐지? 싶었는데

그냥 특히 자기 분야에 대한 열정 내지는 깊은 전문성 + 종종의 진심, 그리고 전반적인 (상아탑의) 순수함, 이상,

얼마간의 (때론 심한) 빡셈,

그리고 기본적으로 본인이 가진 자리의 영향력으로 학생들에게 잘 해주려는 선한 의도와 반가워함, (아 물론 이건 다 내가 좋아하는 소수의 교수님들에 대한 얘기이므로 ㅋㅋ 보통 이렇게 다 훌륭한 건 절대 아님을 아아주 잘 알고 있다) 

여튼 내가 그런 특성을 굉장히 멋있어한다는 생각을 했고 

 

아니 나에게 아직 멋있어하는 직업이 남았잖아? (늘 되려던 예술가 외에 ㅋㅋㅋ)

라는 생각을 했고 

갑자기 이 동경은 불필요한 것 혹은 경계할 것이라 단정할 게 아니라 

격려해야할 종류의 무엇이 아닌가

나이 서른에 어떤 동경을 지니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를 말이다-

라는 생각을 했고 

 

음 그렇다면 나도 멋있는 교수가 되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고

내가 여태까지 생각하던 멋진 직업들 중 (보통 온갖 종류 예술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교수되기 쉽다는 게 아니라 ㅋㅋ 그동안 내가 '동경'하던 무대 위 직업과 나의 현재의 진로의 괴리를 고려하면) 직업이잖아?

 

라는 생각을 했고 

 

어쩌면 (좋은) 교수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 막연한 의식의 흐름) 

 

뭐 그렇다고 진짜 나는 이제 교수가 되겠어!!! 이런 건 아니고 

그냥 

내가 가진 모종의 동경의 마음들을 생각하고 

나에게 필요할 때 너무 필요한 도움을 주셨던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직업적 위치와 무관하지 않은(그것도 일부의 요소인) 몇몇 좋은 교수님들을 떠올리며 (또 짧게 지나갔지만 좋은 영향을 받았던 분들도 가끔 떠올리며)

 

예를 들어 k1교수님, p1교수님, k2교수님, k3교수님, p2교수님 같은 ㅋㅋㅋ

(수열인줄...) 

 

감사한 마음이 가득해져버린 오르막 산책이었다.

 

여하튼 

 

내가 걸어가는 길의 고비고비에 꼭 나의 힘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조금씩 더해져 이루어지는 이 경험들에

참 감사하고 

어쩌면 나중에 다소 힘들 때라도 잊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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