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 직업이란 게 별 게 아니라면 아니고, 별 것이라면 참 별 거다 ㅎㅎ 얼마 전 만난 친구가 이제는 그래도 이 거대한 시스템에 그리 분노하지 않는다고, 한 사람이 태어나 일인분만큼의 밥벌이를 하는 게 당연한 숙명처럼 느껴진다고 했을때, 나는 아! 그렇지 하고 끄덕끄덕했다. 직업의 디폴트값이 밥벌이란 사실은 알았지만 그게 각자의 숙명이란 자각은 부족했었다.
나는 직업은 적어도 나에겐 단지 밥벌이, 디폴트값만은 아니야 하고(여기까지도 힘든 결론이었다.) 의미를 찾아 다시 출발했었다. 다른 것, 적성? 흥미? 호기심? 같은 것들을 찾아서라 하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이들도 의미라는 단어에 포함되는 것 같다. 의미는 언제고 변한다는 걸 그때도 알았다. 그때로 돌아가도 선택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나는 시나브로 나를 이해하고 있다. 욕망, 불안, 자연스러움, 노력- 많은 것에 대한 이해가 전진하며 모든 것이 모든 의미를 갖기도, 모든 것이 모든 의미를 잃기도 한다.
그렇게 여전히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크게 돌이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래도 될, 딱 그만큼 스스로를 이해한다. 내 행복의 조건들을 어스레히 이해한다. 나의 씨앗이 꽃을 피우건 나무를 키우건 거름이 되건 먹이가 되건 이제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친구가 말한 밥벌이, 그 이상의 숙명이 여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뭐 그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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