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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tep on a buildng's hand "The Dancing House in Prague" 프라하의 춤추는 빌딩 (체코, 프라하)

by 무대 2013. 10. 13.



뮌헨에서 새벽 1시발 프라하행 야간버스를 타기로 한것은 여러모로 잘한일이었다. 플젠에서 정차한 이후엔 거의 잠을 자지 않았지만, 정신이 또렷했다. 동이 틀무렵 프라하에 도착했다. 버스 창 너머로 볼타바강의 일출이 보인다. "This city is breathtakingly beautiful!"


나는 청개구리 심보가 다소 있고, 매사에 매니악해서(허세가득 매니아들이 왕왕 그렇듯ㅋㅋ)

남들이 좋다하면 괜히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귀국편 항공이 프라하발 밖에 없었던 게 아니었다면, '프라하의 연인, 로맨틱한 도시, 관광객들의 천국'이라는 프라하에 갈일도 없었을 테다.


그런데, 아무 정보도 기대도 없이 눈앞에 펼쳐진 차창밖 프라하의 아침 정경은 정말이지 숨막히게 아름다웠다. 막뜬 햇살이 자글자글 내리쬐는 볼타바강과, 옛 기억(왠지 아픈 기억일것 같은)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도시의 구석구석을 연신 감탄하며 쳐다보았다. 여행 중 모처럼 날씨가 개어서 였을까? 눈만난 강아지마냥 신이 났다.


그렇게 넋놓고 창밖을 보고 있는데, 가이드북에서 흘깃봤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프랑크 게리(Frank Gehry)라는 현대 건축가의 '작품'인데 춤추는 연인을 모티프로 하여 설계된 건물이다. 와. 이런 엄청난 건물은 어디서도 못봤다. 건물의 창문은 빨랫줄에 빨래 매달아놓은것마냥 들쑥날쑥 하다. 대박!! 짱이다! 이따 꼭 와봐야지. 그렇게 버스는 터미널로.


(두그두그 프라하의 일정이 시작!) 

(12시간후)


오전엔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오후엔 호텔방에서 한숨 낮잠. 야간버스의 피로를 감안해 프라하의 숙소는 꽤나 괜찮은 곳으로 정했다. 방 전구 불빛이 흔들려서 로비에 말했더니, 슈퍼마리오랑 진짜 똑같이 생겼고 똑같은 옷(멜빵바지) 입으신 체코아저씨가 오셔서 고쳐주셨다(*-_-*) 



저녁먹을시간!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와서 어스름한 바츨라프광장으로 나왔다. 오늘 저녁에 첼시하고 바이에른의 경기가 있는지 각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식당마다(pub마다) 장난아니다(체코인들은 맥주를 워낙 자주 & 즐겨 마셔서 식당과 pub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어디서든 Pilsener Urquell 생맥!). 로비에서 추천받은 체코 전통요리 식당에서 매우 고기고기한 체코 요리를 먹고 아침에 봐두었던 그 extraordinary!! 빌딩으로 향했다. '프라하의 봄'의 기억을 담은 바츨라프 광장에서 사진 찍기(아래 세번째 사진은 꽤나 맘에 든다), 셀카도 한방.




Dancing House까지는 꽤나 긴거리 였지만 걷기로 한다. 여행지에서 걷는 일은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다. 난 꽤나 자주 헤매지만. 헤매다 목적지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 드디어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푹 퍼진 치마부터 보이기 시작! There you are!




드디어 Dancing House 앞 도착. 좀더 설명하자면 이 빌딩은 춤추는 남녀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유리건물과 그 옆 콘크리트 건물로 이루어져있는데, 유리건물은 여자, 그 옆 건물은 남자다. 체코모던아트뮤지엄이라도 있을법한 건물이지만, 보험사 Accenture社의 사옥이다. 오후에 늦잠을 자는 통에, 여유로운 저녁식사를 즐긴 탓에, 상당히 먼거리를 걸어온 탓에 시간은 벌써 8시 남짓. 입구 문에 This building is closed after 6:00pm 이라고 되어있다. 어차피 보험사 근무공간으로 쓰이는 건물이라 큰 기대는 안했지만 이렇게 지나가기가 아쉬워 괜히 문앞을 서성여본다.


그때였다. 두둥! 카드키를 찍는 아저씨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는데, 뻘쭘뻘쭘 가려다가 다시 스윽 쳐다보니 건물 보러왔니? come here하신다!! 야근하시는 Accenture아저씨(나중에 알고보니 지사장 급ㅋㅋ)와의 우연한 만남! 아저씨가 건물을 구경시켜주시겠단다. 알고보니 이분은 이 빌딩 앞을 서성이는 방문객들에게 사무실 구경시켜주는걸 꽤나 즐기시는 분이었다. 

This trip was full of drama with tons of special people I met by cha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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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빌딩 소개는 다 아저씨가 얘기해주신것!)

첫번째 포인트는, 빌딩 Fred(남자 빌딩 이름)가 빌딩 Ginger(여자 빌딩 이름)의 잘록한 허리를 꼭 감싸고 있는 손, 바로 빌딩의 테라스였다. 정말 Post-card View of Prague's night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테라스에 들어서는 순간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보이는 것 만큼 멋있게 카메라에 담기지 않아 아쉽다. 




다음은 회의실 등 내부설명!

솔직히 여자빌딩도 그렇고 남자빌딩도 그렇고 밖에선 멋있지만 안에 있는 사람이 생활하기 불편하진 않을까, 건축가가 어떻게 저런 외관과 내부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했을까 궁금했었다. 특히 Fred의 벽면에 곡선을 따라 달린 들쭉날쭉한 창문/ 춤추는 여인의 허리곡선과 푹 퍼진 드레스를 형상화하기 위해 심하게 휜 Ginger의 외관유리 & 철골구조가 궁금! 


빌딩 Fred의 내부에서 보니 창문 하나는 천장과 닿아 있고, 그 다음 창문은 바닥과 닿아 있다. 이렇게 천장과 바닥에 번갈아 맞춘 (나름 규칙적으로 배치된) 창문을 외관에서 곡선으로 연결하여, 창문 배치를 더 리드미컬하게 과장한 것이다(일종의 착시!). 아저씨는 업무중에 고민이 되는 이슈들이 있을때 발끝부터 시작하는 창 옆에서서, 발아래 펼쳐진 프라하의 광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신단다.





빌딩 Ginger의 경우 외관은 복잡한 철골구조로 되어있지만, 안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건물을 하나 더 넣어서, 실제 내부공간은 안정감 있게 설계되어있다. 당연히 외관따라 층마다 사이즈가 달라서 다양한 용도의 회의실로 이용되는 것 같았다. 이중 구조로 단열도 잘 될것 같고ㅋㅋ 전망이 참 좋은 bb 정말 멋진 회의실이었다(구경갔을 때 직원들이 늦은 시간까지 회의중이었는데, 자유롭게 앉아서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현실은 야근중ㅋㅋ- 나와 아저씨를 보더니, 하하하 관광객 또 한명 구경시켜주러 왔구먼~ 하는 표정으로 다들 웃으며 쳐다봐서 멋적 & 즐거웠다) CooL!!





회의실 구경 후 비상구 쪽으로 나왔다. 창밖에 건물 뒷편 -옆건물과 통하지만 사면이 외부와는 막힌 공간-을 내려다보며 아저씨가 혹시 체코 무슨무슨사건(bla bla)을 아느냐고 하신다. 모른다고 했더니.. 음 그럼 체코 대통령 바츨라프 ***는 알지? 라고 하신다. 모른다고 하면 죄송스러울 것 같아서 끄덕끄덕^^;;

(사실 이번 여행 오기전까지 나는 정말 체코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얄팍한 관심조차 없었다. 대충 과거 사회주의 국가중하나였겠거니 하는정도? 프라하의 봄도 뭐 무슨일이 있었겠거니, 89년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유민주주의국가가 된줄도 몰랐고.. 드보르자크가 체코사람인지도 몰랐고..체코사람들이 자기 문화&역사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다는 사실도 당근 몰랐음) 


암튼 나중에 알고보니 바츨라프 하벨 Vaclav Havel은 벨벳혁명이라고 불리는, 체코의 자유민주주의로의 평화로운(non-violent) 정치 변혁 이후 최초로 선출된 대통령이었다(아직 잘 모름;). 그 대통령이 이 건물 바로 옆집에 살았는데, 과거 경찰들의 눈을 피해 미팅을 가질때, 이 건물 뒷뜰을 통해서 옆건물 레스토랑에 가곤 했다고 한다.




알찬 거주민 가이드(!!)의 감사한 투어로 구석구석 건물 구경 끝! 96년 폐허에 이 건물이 건립된 이래 줄곧 Accenture사의 업무공간이었지만, 조만간 이 건물은 체코 모던아트뮤지엄이 될 예정이란다. 아쉽지만 그게 더 맞다고 생각하신다며. ㅎㅎ 뮤지엄이 되기전에 건물 내부를 구석구석 볼 수 있는 특별한 행운을 누려서 프라하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이 더 충만하였다.


아저씨랑 사진이라도 찍었었으면 좋은 추억이 되었을 텐데, 1층에서 악수 한번하고 나온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얼굴을 담는 것이 무엇 중요하랴! 나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 낯선이와 그 순간을 고스란히 담은 오늘의 기록을 보며 프라하의 행복했던 저녁을 추억해야겠다.


- To be continued...


딴얘기 : 여행기 포스팅이 뜸했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그곳에서의 감정과 현재의 감정의 괴리가 컸던탓이 크다. 내 여행기는 그 순간에 다시금 들어가서 완전히 이입한 상태로 일분일초를 떠올리고 재잘재잘 하는 게 포인트인데, 이번 여행 내내 정말정말 행복 & high했던 상태였기때문에 다소 쳐질때면 상황이입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그 소중한 기억들을 흘러 보내버릴텐가! n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