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여행하든 새로운 식문화를 탐방하는 것은 나같은 미식가들에겐 절대 의무요, 신성한 일이다.
('나는 과연 미식가인가' 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약 한문단을 할애해야겠지만 오늘은 pass ㅋㅋ!)
더구나 돈버는 사람이 되어(...) 처음간 '짧은' 여행에서 어찌 미식을 포기할 수 있으랴!
나에게는 고교시절 방학중 독서실 다닐때 특히 발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혼자 밥먹기 능력!! 덕분에 혼자한 여행이었지만, 아침 조식 제외하고서 대부분은 괜찮은 식당에서 여유로운 식사를 즐겼던 것 같다. 비엔나에서 먹었던 음식은 대부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는데, 오늘은 그와 관련된 썰을 풀고자 한다.
#1. 첫날 공항에서 시내로 오는 공항철도 안, Anker 크로아상 샌드위치
2.99 유로 짜리 저렴한 샌드위치다. 저녁무렵이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을 익히 들었던 지라, 공항 상가 Anker에서 구입. Anker는 우리나라 빠리바게트처럼 오스트리아 전역에 체인점을 보유한 베이커리인데, 담백하게 좋은 재료로 맛을 낸 크로아상 샌드위치가 우왕 굳 이었다. :)
#2. 빈에서의 둘째날, 클림트의 <키스>를 보러갔던 벨베데레 궁전 박물관 cafeteria에서 먹었던 치아바타 Salmon 샌드위치와 카페라떼!
오랜 박물관 관람에 지쳐 쓰러져 갈 무렵, 눈에 뜨인 박물관 2층 cafeteria b-lounge. 아 왠지 바가지만 디립~따 심하고 맛도 없을 것 같은 박물관 2층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하고 한참을 고뇌했으나, 도저히 다음 행선지로 이동할 수 없을 만큼 knock-down 되었기에 배를 채울겸 올라갔다.
필자는 바다 인접지역에서 나고 자란 탓에 모든 종류의 음식을 좋아하지만 특히 해산물에 매니악한데, (두,세살때 산낙지를 먹었다는 전설이 있음) 최근 일본발 방사능 공포로 해산물을 자제하고 있었더랬다. 그래서 여행와서는 씨푸드를 열심히 먹자하고 맘먹었더랬다. (어리석다. 태평양 연어가 빈으로 오는 것일 수도 있을텐데..... anywayㅋㅋ) 암튼 그래서 많고 많은 메뉴중 망설임 없이 치아바타 연어샌드위치를 시켰다.
현장에서 남긴 생생한 후기를 그대로 전한다.
[치아바타 with salmon 이라길래 빵에 훈제연어 몇조각 끼운 괜찮은 샌드위치겠거니... 했는데, 이럴수가! 라임소스에 얇게 찢어 저민 훈제 연어가 갓 오븐에 토스트한 치아바타 빵에 끼워져, 연어 타다끼 초밥 마냥 반쯤은 익고 반쯤은 날것 그대로 부드럽게 녹는 양질의 dish! 부드러운 라떼도 아주 맛있어서 15유로의 가치가 있었다.]
Highlight ★ #3. 미슐랭 스타레스토랑에 가다! Glaicis Beisel!
여행직전까지 격무에 지쳐 아무 준비 못한 여행이었지만, 2주전부터 벼르고 벼르고 예약한 이벤트가 있었으니, 바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의 fancy한 디너다. 영화 <라따뚜이>의 배경이 될법한 유럽의 레스토랑에서 fine dish를 딱 한번(한번이면 족하다) 즐기는 것이 본 여행의 주목적중 하나였던 바, 여행전 구글링, "Michellin Star Restaurant in Vienna"
한국에는 잘 없는(모 호텔레스토랑 중 있다고 들었지만 너무 비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유럽에 와서 가봐야지 언제 가보겠는가! 구글검색결과 5개의 레스토랑이 나왔고, 홈페이지의 메뉴판 가격과 온라인 예약가능성을 종합고려하여 위치, 가격이 합리적이고 cuisine category가 'Viennese traditional dishes'인 Glaicis Beisel을 최종 낙점하였다.(비엔나에 와서 Mediterranean cuisine을 굳이 먹을 필욘 없다.)
예약이 어려울것을 걱정하여 방문 가능 시간을 4개나 주는 등 성의를 보였으나, "다 가능하니 제발 하나만 빨리 찝으셈 Mr. J ***"라는 매몰찬 답변을 받아서(헝 내메일 읽지도 않음 ㅠㅠ 난 Miss인디... 우선순위 명시했는디...) 암튼 비엔나의 둘째날 밤을 낙점했다. 인원에는 당당히 '1'을 기입하였다.(사실 처음에 인원 1이라고 적었는데도, 인원 알려달라고 메일이 또와서 alone이라고 다시 적음)
둘째날 시차적응이 안되어 오후께 호스텔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이 신성한 저녁을 먹으러 지친 몸을 일으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밤, 빈서역과 링안쪽지역 가운데쯤 Neubach 어느 건물 지하에 위치한 Glaicis Beisel에 드디어 방문하였다.
야외 테라스가 굉장히 예쁜 식당인데, 비가와서 실내 자리만 오픈되어 있다. 들어가서 이름을 말하니 웨이터들이 모두 "아..대박 니가 그렇게 복잡하게 한명 예약하던 미스 ***??" 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하지만 친절하게 날 자리로 안내했다.
이럴수 이럴수 이럴수가!! 식당 자리 중 가장 '상석'이라고 생각되는 전망 좋은 아담한 테이블에 한명을 위해 식기와 메뉴판, 촛대가 아름답게 세팅되어있다. 정말이지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보이는 자리에 딱 한자리를 세팅해놓은 것을 보고 감동하였다.(라따뚜이의 그 할배가 된 기분...) 담당 웨이트리스에게 Traditional Viennese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여, prime boiled beef 요리(소고기 보쌈, 스튜...)를 주문하였다. 샐러드는 mixed salad를 mini bowl로 주문! 메인 요리가격이 16.8유로 정도 였으니 나쁘지 않다.
음식에 대한 설명은 현장의 후기로 대신한다.
[After taking a short break in the hostel, I left for dinner to meet the reservation on Michellin star restaurant, Glaicis Beisel. I ordered boiled beef, the traditional Viennese dish recommended by waitress, and it was... just amazing! - 영어로 더 쓰려다 한국어로 change ㅋㅋ -
무릇 좋은 요리란 각기 다른 식재료와 소스가 어우러져 궁극의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다. 하모니가 특별히 어긋나지 않으면 음- 꽤나 맛있군 하고 보통 넘어가는 편인데, 간혹 그 '하모니'를 굳이 의식하게 만드는 불협화음 혹은 궁극의 화음이 있다.
양질의 식재료와 정성들인 조리로 '꽤나 괜찮은 요리'였던 이 음식을 amazing하게 만든 것은 소스다.
(사진을 보면) 소스는 두가지 인데, 하나는 사과를 갈아놓은 것에 겨자채(맥주안주로 먹는 오징어 쥐포 같은 질감인데, 먹으면 겨자맛이다)를 넣어 섞은 소스, 다른 하나는 우유크림같은 것에 쪽파 끝트머리를 송송 썰어넣은 소스다. 둘다 정말 색다른 느낌으로 고기와 잘어울린다.
(샐러드에 대한 후기 추가하자면) 신선한 푸른 야채 밑에 시큼한 소스에 감자, 비트(무같은 자주색 야채), 오이가 깔려 있는 것이 정말 식욕돋구기에 일품이었다. 비엔나 샐러드 드레싱엔 시큼한 것이 많다.]
현장후기는 여기까지. 안타까운 뒷이야기를 전하자면, 음식을 반쯤 먹어갈 무렵, 시차 미적응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정말 맛있는데 눈이 마구 감기며, 식도와 위장이 모두 잠들어 더이상 음식을 먹었다간 토해낼것만 같은 이상한 불쾌감을 경험하며.. 남은 음식을 싸왔다.
부연하자면, side dish로 나온 감자 튀김도 바질향이 오묘히 섞여있어 참으로 맛있었다.
Glaicis Beisel 방문후 나는 꽤나 다이나믹한 밤을 경험하게 된다. 우연히 왠지 도심으로 향하게 생긴 트램을 올라탔다가(대충 내가 걸어가는 방향으로 가길래.. 도심가겠지 모.. 하고 걍 탔음-_-) 트램이 갑자기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빛의 속도로 어두컴컴한 교외로 내달리는 바람에,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다 중간에 내렸던 일 등등...
하지만 이날 밤은 시청사 앞 Film festival, 베르디 레퀴엠을 들으며 평화롭게 끝난 다는 뒷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 To be continued...
- 휴우, 비엔나에서 먹은게 이틀치는 더 남아있닼ㅋ 하지만 비엔나 식도락기는 여기서 끗^^ 긴 글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혹여 내키신다면 댓글남겨주시면 더 감사요!!ㅋㅋ
(네이버 블로그의 댓글들 ^^ 영감탱이님의 댓글은 동의를 얻어 공개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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