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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Brahms, I present a flower to you" 빈 중앙묘지 (오스트리아, 비엔나)

by 무대 2013. 9. 28.

#1.

가는 비행기 안에서 빈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콕 집어놓은 곳이 있었다. 바로, 빈 중앙묘지(Wien Zentral Friedhof)!

 

아니 무려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모짜르트의 묘지가 다 있는 곳이라고??

하나로도 포스넘치는 대가들이 옹기종기(?) 함께 묻혀 있다니 왠지 재밌기도 하고, 새삼 역시 비엔나가 음악도시구나 싶었다.(나중에 알고보니 모짜르트의 묘 위치는 가이드북의 오류였지만)

 

벨베데레 궁전에서 맛난 연어샌드위치로 배를 채우고, 지도를 보니 중앙묘지가 바로 인근에 표시되어있다. 이정도면 걸어갈수 있겠거니 하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빈 외곽거리를 걷다가, 중앙묘지 행이라고 적힌 트램을 우연히 만나 올라탔다! 


아아 내가 얼마나 행운이었던가. 알고보니 지도의 외곽지역 축척은 비정상적으로 컸고(?), 중앙묘지는 트램을 타고 40분정도 가야하는 종점에 있었다.

 

빈에서의 나의 길찾기로 말할것 같으면,

- 가야할 곳이 현재 위치에서 동서남북중 어느 방향에 있는지만 확인하고 무작정 걷기! 

- 정 안나오면 그제서야 지도보고 길이름 확인하기! 

-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묻기! (...)

가는 길이 관광이요 열심히 봐도 헷갈린다는 지론.

 

중앙묘지는 트램 정거장 3개에 걸쳐 있을 정도로 큰 규모였는데, 뮤지션 구역이 어딘지 몰라 머뭇거리다 마지막 종점인 세번째 구역에서 내렸다. 입구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꽃집이 있다. 괜히 꽃을 사고 싶은데 누구를 위해 살까 잠시 고민하다가 브람스에게 장미 한송이를 선사하기로 다짐했다. 브람스의 전 레파토리를 즐겨듣진 않지만,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단언컨대' 나의 favorite 이다.

 

목표가 분명해지니 발걸음이 더 빨라진다. "Brahms, I'll present a flower to you soon!"



#2.

중앙묘지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수만개!의 묘지가 있다. 구획만 해도 몇십개다. 도무지 그런데 가이드북에서 봤던 '음악가 구역'은 보이지 않는다. 가다 나오겠지 할 규모가 아니라 우선 중앙 사무소 쪽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데 말이다.

보슬보슬 비오는날 수만개의 묘지 가운데를 걷는 기분이 너무 좋은(?) 거다. 유럽의 묘지를 그렇게 왕창! 무더기로! 본것이 처음이었는데, 묘지 비석 하나하나가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 같이 아름답다. 단하나도 똑 같은 비석이 없다. 나처럼 묘지 구경오는 관광객이 별로 없으니 걷는 길은 모처럼 적막-하다. 땅속에 스며든 빗방울이 풀냄새를 이끌고 코끝까지 올라온다. 발걸음이 더 가벼워진다!








#3.

우여곡절 끝에 '뮤지션 구역'을 찾았다. 트램정류장 하나만큼을 꼬박 걸어서 입구까지 갔다가 입구 안내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았다.ㅋㅋ

 

와우! 진짜다.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등등등이 옹기종기 모여 묻혀있다. 엠피쓰리를 가져올걸. 바로 옆에서 음악을 들었어도 재밌었을 텐데. 브람스 묘지 옆에 서서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머릿속에 연주해보려고 애쓴다.

 

재밌는건 음악가들의 묘비석이다. 묘비석에는 장식과 함께 음악가 각각의 조각상들이 있는데, 어쩜 브람스는 묘비 조각상 까지 심각할까(브람스는 작곡할때마다 엄청 심각하게 고민많이 한걸로 유명함)! 바로 옆 왈츠 제왕 요한슈트라우스의 재기발랄한 묘비 조각상과 대비되어 짠하고 재밌고 우스웠다.

 

(아래 사진, 심각한 브람스 팔에 살포시 얹혀있는 장미꽃 한송이에 주목!)








 

뒷 이야기.

 

뮤지션 구역에서 나와 묘비 사이를 산책하다가 숙소로 가는 트램에 올라탔다. 두리번 자리를 찾는데 갑자기 웬 오스트리아 할아버지가 말을 거신다. 

"너 뮤지션 구역 돌아다녔었지~? 사진좀 찍어줄까 했었엉...." (셀카 넘 열심히 찍었나봄 ㅠ ㅋㅋ) 

무슨 악기를 연주하는지 묻고 본인은 아코디언(?) 반도네온(?)을 연주한다고 하셨다(역시 음악의 도시!) 어디서 왔냐, 여기서 공부하냐 등등 결국 일주일 유럽 여행이라고 하니 비싼 일주일이구나 하시고...(맞습니다 ㅠㅠ) 

 

할아버지는 중앙묘지에서 세정거장쯤 뒤에 사시는데 중앙묘지에 종종 산책하러 오신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최고로 꼽는 구역은 제 1구역 유대인 구역이라며. 그곳이 가장 아릅답단다.

 

다음번에 빈에 또오면 중앙묘지 유대인 구역을 산책해보아야 겠다.

 

 

여행기 2 끝!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