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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한국 방문 - 오랜만의 공개 일기

by 무대 2019. 11. 6.

BBMA(빌보드 뮤직 어워드) 가는 것 기대 글 이후 ㅋㅋ

그동안 비공개 일기는 몇개 썼지마는 공개 일기는 오랜만이다.

 

여러모로 의미 있었던 한국 방문이었다.

 

모든 만남이

모든 시간이

!!! 너무 소중했쟈나 ㅠㅠㅠㅠ

어떤 고리가 하나 채워진 느낌이다. (ㅇㅈ언니의 지켜진 아이에 대한 이야기 처럼)

 

이상하게 한국에 가기로 결정하기까지 심리적 barrier가 많았는데 가만보면 그 장벽들도 나의 어떤 특징을 시사한다.

1. 청강생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어 결석이 너무 늘어나면 돌아와서 무언가를ㅡ비물질적인 유대?ㅡ 잃게 될까봐 걱정

- 늘 평균이상의 책임감 (꼭 좋은 소리도 나쁜 소리도 아님, 이 덕에 때로는 신뢰의 아이콘이 되고 뜻밖의 것을 성취하게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무도 뭐라고 안하는데 무용無用하게 혼자 힘들어지기도 한다ㅋㅋ)

- 우울한 와중이었음에도 일상을 지탱하는 무엇에 대한 의미부여를 놓지않는 어떤 집요한 생활력 및 궁극적 낙관 ㅋㅋ (이건 음 맥락없인 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내가 쓰는 소설이 굉장히 어둡더라도 결코 새드엔딩이 되지는 못하게 만드는 나의 성정... 과 닿아있는 말이라 하겠다)

 

2. 한국가는 이유에 대한 고민

- 이것은 흠, 이번에 조금은 극복한 것인데 나의 이유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의 이유를 고민했다고 해두겠다. 무튼 나의 이유가 중요하고 그것은 totally irrational 할 수도 있는 것임을, 그래도 몹시 당당한 것임을 마음으로 알았달까...

 

머나먼 타지에서 나를 정신없이 몰고가는 어떤 사회적/상황적 압력도 없이 자의반 타의반

Who I am 이라는 고민, 어떤 아노미, 철저한 해체 상태를 마주한 나는

 

출발전 막연하게

이번 방문동안 내가 불완전한 나를 순수하게 주장하는 것, 아주 깊은 내면에서 올라오는 무엇을 지키는 것, 나를 긍정하는 것(종교적 언어로는 나를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ㅡ 비 종교적 언어로는 '건강한 직면을 포함하는 궁극적 포용'이라고 해두자) 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는 여름에 쓴 소설을 어떠한 판단, 교정의 시선도 없이 그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를 귀기울여 들으며 스스로 읽어내는 것을 마음에 품었더랬다!

 

<1. 남도>

초반 절반은 엄마와 나의 고향 남도area에서 지지고 볶고 지지고 볶고 지지고 볶고 지지고 볶아서 결과적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

 

* 내가 정말 싫어하던 그래서 어쩌면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옛 고등학교에도 가게되었는데, 꿈에서 본 장소를 다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낡고 쇠락한 교실의 모습과 전교학생수가 거의 2/3로 줄어버린 빈 학교에 대한 연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 터져버릴것 같던 십대의 나에 대한 연민... 지워버리고 싶던 시간에 대한 과한 반전 없는 차분한 긍정... 그 가운데 그곳에서 있었던 따뜻한 기억들이 고요한 마음에 거품처럼 올라왔다.

 

* 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yay) 여수에서 호캉스도 하면서

어렸을때 갔던 오동도 산책도 하고... 오동도는 몹시 Fancy해져버렸고 해상 케이블카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여수는 '여수밤바다'이후 참 혜자 관광지가 되었더랬다 ㅋㅋ 호텔촌은 나이아가라 스럽기도 했는데, 너무 좋아서 나이아가라 말고 여수 가세요 여러분..., 그리고 어렸을 때 조용하던 오동도 방파제 다리 기억이 오버랩 되며 아련 아련... 호텔에서 엄마랑 싸우다 편의점으로 가출(호텔가출)도 하고...ㅋㅋ 게장도 갈치조림도 광어회도 산낙지도 너무너무 잘 먹고...

 

* 먹을 거야 일주일 내내 너무 잘 먹었고... 백운산 깊은 곳, 어렸을 때 자주가던 송어 양식장(송어 횟집), 산, 강, 나를 구성하는 그 장소들, 팔마가든 오리탕, 수양정 오리로스...

 

* 막판에는 섬진강 area에서 재첩회/재첩국도 먹고... 아 섬진강 친척 네에 갔을때 나와 동갑내기 그 친구가 산딸기를 알려주던 기억, 같이 따먹던 기억, 넓고 고요한 강 하류에서 뒤집어진 나룻배 하나를 바라보던 기억 (나도 나름 도시애라서...!? 이런 기억들은 일상적이진 않고 몹시 특별한 기억이다) 그리고 떠나버린 그친구에 대한 이야기, 나와 같은 해에 세상에 와서, 이제는 먼저 떠나버린, 그 따뜻하고 듬직했던 아이, 사라진 우주

 

* 마지막날 밤 코스모스가 흐드러진, 그 긴 산책길, 이제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그저 남아있는 사람들만 걷던,

사람이 떠난 자리를 채운 코스모스가 흐드러진 서천의 밤, 그곳을 걸으며 서로 함께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소리치던 약하디 약한 큰목소리의 두 모녀.

 

<2. 서울>

후반 절반은 서울이었다.

 

점심먹고 써야지

 

점심 먹고 돌아왔다.

 

서울로 올라오던 날. 커다란 캐리어 두개를 버스 트렁크에서 끌어내어 강남 고속터미널로 들어서는 그 순간! 아, 이 장소. 7개월 전만 해도 나의 나와바리 なわばりㅋㅋ 이던 이곳에 왔구나! 하던 그 느낌, 그 생경하고 동시에 7개월의 지나감이 마음에 쿵하고 내려앉던 그 느낌. 고터 skt에서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부터 내 방식의 서울라이프가 또 일주일간 재연됐더랬다. 어우 정신없어. 가끔 멈춰서서, 픽 하고 웃으며 아 서울러일때 이랬었지. 그래 내가 이렇게 살았었지. 했더랬다. 서울은 티없이 아름다웠다. 특히 가을 하늘. 날씨 운이 있어서 내가 있는 동안 미세먼지도 없는 맑고 높은 파아란 가을하늘을 계속 보았었는데 너무나 그리웠고 너무나 아름다웠음에도 이곳이 내가 속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끝없이 그리울테지만 내가 속한 곳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는 차분한 정리. (남편 외에) 내가 왜 미국에 있어야하나? 나는 대체 왜 이 동네에 있나, 나는 이 동네와 어떻게 연결되어있나 고민을 많이했었는데, 질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버거운 질문이었는데 나는 그냥 이곳에 있었고 이 도시와도 연결되어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짧고 타이트한 일정에 약속을 거의 한국와서 잡게 되었는데 (몇몇 굵직한 것을 제외하곤) 결과적으로

각각의 만남이 나의 하나 하나의 페르소나를 상징하는 ㅋㅋ

다양한 나 스러움을 그득그득 압축적으로 느끼게끔 하는 그런 만남들이 스무스하게 생겨서 하루하루... 감동적이었다. 그 모든 압축적 경험과 그에 앞서 몇달간 썼던 나의 첫 이야기가 더해져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그리고 이곳에서 내가 나를 이해하는 어떤 중요한 단계를 지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ㅇㅈㅇ과 마포 ㅎ ㅎ 간밧떼구다사이

 

...양님 예술자아와 콜라보레이션, 대화가 통하는 상대의 즐거움, 자기다움을 이해하는 사람과의 기꺼운 소통, 직관과 본능에의 긍정, 순간 몰입, 안경사와 작가, 의사와 작가 그 거리, 글과 영화, 나 식 오지랖

...김지 의사자아와 콜라보레이션, 이만남에서도 아까 양님과의 모든 즐거움이 다 있었다. 김지를 알게되고 함께 깊은 대화를 할 수 있고 또 앞으로의 콜라보레이션을 꿈꾸게 된 것은 내가 4년간 한 일중 가장 잘한 일중에 하나! 당장의 콜라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또 할수 있기를 기대할게ㅋㅋ

 

...디&밴 스무살 언저리 학부생 나의 흔적, 사회대생인가봐, 그리고 커가는 우리, 연습, 그리고 내가 나라서 그냥 좋은 나

...한샘 항상 엔진을 켜둘게... ♥ 눈물이 왈칵

 

...또오 아 이런 아름다운 영혼들이 있을까, 10년만의 로맨스, 수봉한의원, 너에게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말해보는게 나의 버킷리스트였어. 몇십년 걸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고요한 한강

...유진 닮고 싶은 사람같으니라구, 점박이, 될놈될, 섭리와 주권, 운명, 내몫은 어떻게든 내몫으로 돌아오게끔 하실

...싸부&play언니 깨끗한 그 집에 몸을 뉘였을때, 무심한듯 기어이 침대를 내주었을 때, 그리고 멀리서 왔다며 최대한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툭, 먹을것이며 방석이며 물티슈며 살뜰하게 챙겨주신 play언니, 순간 왈칵하였다. 마음씀이란 이렇게 고맙고 감동적인거구나

...ㅂㅌ 운명인가봐 진짜 만나려고 안했는데 왜 자꾸 만나니, 고마워, 또 만나자, 이번에는 내이름이 아니라 싸부&play언니 이름이 적힌 티켓을 받아서 더 감동적이었어, 고마워요

 

...나스러운 부자연스러운 자연스러운 갑분 만남이었던 ㅈㅅㅇ 괴롭다 토로하면서도 자기답게 지내는 그녀, 이친구한테 연락하는 나를 보며 아 내가 이런방식으로 마음쓰는 사람이구나 느꼈다, 그리고 결과는 참 따뜻하고 좋았다. 그렇구나, 내 장점이기도 하구나

...싸오분&pl&ㅂㅌ 멋있더라 오분이 너네, 잘했다 -첩보영화, 그리고 마지막에 남쥬니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진실하게 struggling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함께 박수를 치자고 했을 때부터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어 엉엉울었다. 그 5만명의 간절한 에너지와 역시 간절한 그 7명이, 세상이 어떻게 이해하든, 내가 알고 우리가 아는 그 진실한 소통이. 논리가 아닌 에너지가. 나와 무대의 거리가, 그래서 보낼 수 있는 깨끗한 에너지가. 흠, 이런 경험이 지구상에 있던가. 아무튼 그게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지난 7개월을 긍정하게 되었다. 아 나의 어떤 부분이 깨어났던 시간이었구나, 이래서 내가 그랬구나. 그리고 둘다. 중요하구나. 그때 깨어난 부분과 그동안 소홀히했던 어떤 부분이 둘다. 너무너무 중요하구나. 그동안 소홀히했던 부분을 상기하며 지난 7개월을 부정하는 마음이 또 조금있었는데, 이제 정말로 안다. 둘다 소중하다는 것을! 그리고 일상에서 그 둘 모두를 챙겨야 함을. 5만명이 동시에 어떤 슬픔과 환희의 정서를 가졌을 때, 그리고 애정을 전제한채 숨죽일듯 몰입할때 갖는 그 powerful한 공명이 너무 특별했다. 언니의 말처럼 모든 존재를 사랑할 수 있던 밤.

...Ash 안녕!

 

 

* 내가 잘~ 해서 내가 좋은게 아니라 잘하든 잘못하든 내가 좋다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 조금 마음으로 알게된것 같은데 중요한 변화는 일상의 행복)

* 자의식은 많았는데 자기 이해는 한참 늦었구나, 큰 걸음 내디뎠다.

* 운명과 섭리에 대한 생각 그리고 intuition을 긍정하는 것에 대한 생각, 합리 이상의 영역이 있다고 언제나 생각했으면서도 정작 그 깨달음마저 합리적이라 intuition을 진심으로 긍정하지 못했다. 합리는 굉장히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수단이고 소통의 단초가 되지만, 자기를 지울 위험이 있다. intuition은 위험해질 수 있지만 자기를 깊이 이해하게끔 한다. 이제 intuition이 위험해지지않는 중요한 섭리를 궁극적 자유를 위한 테두리를 이해한다. 그러므로 나의 직감을 깊이 긍정할 시간이다.

* 나에게는 의사/공부자아와 예술자아가 있고 ㅋㅋ (simply speaking) 둘모두! 챙기는게 어쩌면 인생과제라하겠다. 둘모두 있는 것이 정말로 긍정적이고, 둘모두 반드시 챙겨야한다는 사실과, 그 균형에 대한 고민, 둘 모두에 대한 진정한 긍정이 roughly speaking 가장 practical하고 의미있는 깨달음이라고 해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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