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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도+

Pace maker

by 무대 2018. 4. 25.

오늘 소아 영상 교수님이 수업중 (1:3 실습수업이었다) 

여러분은 여태까지 이기는 싸움만 했겠지만, 이기지 않으면 애초에 시작을 않거나, 혹은 이기지 못하면 좌절하거나 꼭 이겨야 하는 싸움을 했겠지만 세상에는 특히 병원 나오면 이기지 못하는 싸움이 매우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환자 및 환자 보호자와 그 경험을, 그 과정을 어떻게 함께 하느냐의 의미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 근처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는 지 모르겠다며, 실제로 전공의 부부의 자녀, 의대 교수 자녀 들 중에도 뇌성마비 환자도 있고 이길 수 없는 질병을 가진 환자들은 무수히 많다며, 그 사람들의 삶이 비참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좋은 조건의 사람들보다 훨씬 의미있는 성취와, 극복과 깊은 경험을 해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결과는 무조건 제일 중요하고 무척 중요하고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길 수 없는 싸움의 문제라면 의사는 이기는 싸움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정을 납득시키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페이스 메이커 같은 존재라고 하였다. 

여태까지의 삶에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은 그냥 안해버리면 그만이었겠지만, 내 가족이 이길 수 없는 병을 진단받았을 때, 이길 수 없으니까 치료 그만? 포기? 는 불가능하다. 어쨌든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도 계속 해 나가야 하고, 그 때 그 과정을 함께 하는 의사를 만나는 것은 병의 결과의 측면에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아빠를 보낸 과정을 떠올렸다...

+ 2018.9월, 오랜 비공개 메모를 공개로 돌리며

교수님의 그 말씀에는 울림이 있었다. 어떤 사연이 있으신 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인생도 그저 갓 짜낸 화려한 카펫 같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선생님이 말하는 것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감히 무척 공감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역시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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