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의학도+

실습 단상

by 무대 2017. 8. 24.

실습에서 배우는 것이 교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 이래나 저래나 나는 사람과 부대끼면서 사는 게 좋다(힘들지만서도!! 뭐 근데 사이코만 아니면 가까운 친분 관계가 기대하는 것이 많아 힘들지, 일터의 관계는 그냥, 적정한 거리만 유지되면 좋~다. 음 생각해보니 이 적정한 거리 유지가 매우 힘들지 ㅋㅋ 사실 좋은 사람들과는 적정한 거리 유지 안 되어도 좋다. 뭔 소리냐! 암튼 뭐...).  


한편으로는 마냥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마냥 어울릴 자리를 찾아다니거나 사건을 벌이지 않는다, 혼자 노는 시간도 무척 필요하다) 멍석깔린 부대낌이 고립보다 훨씬 즐겁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나의 "everything is okay" 성향이 극대화 된다. 이게 좀 너무 심한 게 문제라고 느낄 정도인데...


함께하는 사람이 좋고(설령 빡셀지언 정 배울 점이 많다거나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고 생각되면) 유쾌하면(와우 플러스 알파) 무척 빡센 일정이랄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랄지, 좀 버거운 회식이랄지 이런것도 다 절로 참아진다. 아니 즐긴다. (동기들과 비교하니 이 레인지가 좀 크다.) 외과에서도 그랬고 (수술이 아무리 많아도 교수님 & other 샘들이 좋고 멋있고-실력 짱!! 분위기가 즐겁고-플러스 알파! 하면 다른 친구들이 헐 ㄷㄷ 그렇게 수술 많이? 다 어시를? 엄청 힘들겠다 해도 나는 싱글벙글 그냥 즐거운 좀비상태! 심지어 자발적으로 회식가고 싶었지만 참았음) 지금도 좀 그렇다. 교수님 두분 너무 훌륭하시고 보고만 있어도 배울 점이 많고!! 레지샘들 분위기 역대급 좋고(평범하게 좋으신 분들!) 레지샘과 교수님들 주고 받는 자조적인 농담에 함께 웃을 때 나는 매일 4시에 일어나서 오늘은 무슨 질문을 받아 나의 멍청함을 드러낼까 매우 타면서도 몹시 행복하고 여유로운 좀비가 된다. 미래에 이 과도 괜찮겠다~ 하는 책임 못 질 생각과 함께...


약간 콩깍지 같다. 한 실습처에 오래 머물질 않으니, 같은 과라도 한 파트에는 잘해야 2주, 그러니 처음 사랑에 빠지는 그 설렘이 반복되는 것이다. 엔돌핀이 팡팡! 교감신경이 두근반 세근반! 심지어 해부학 배울 때 교수님이 좋아서 해부학 교실 갈까? 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이니 (물론 당시에는 교수님이 좋다가 아닌 다른 이유도 찾지만 + 지금은 해부학 교실 절대 갈 일 없다) 상당히 심각하다.


함께 하는 사람이 안 좋으면 다른 quality 가 다 무시된다는 단점도 있다. 뭐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경우에도 나는 정도가 심하다. 모 과에서도 그랬다. 그냥 해가야하는 공부하기도 싫고 (객관적으로 뭐 딱히 더 재미없을 내용도 아닌데) 앉아 있긴 고역이고, 같이 존재하는 시간 자체가 괴롭고... 더 피곤하고 더 지치고, 거뜬히 할 만한 일도 하기 싫고!!


결국 미래 진로와 관련하여,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좋은 사람들, 아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과 함께하는 직업을 택하고 싶다고 느꼈다. 그럴려고 필요하면 공부도 하고 등등 그렇지만 어떤 곳에라도 사이코는 있고 좋은 사람도 있다. 뭐 구성의 경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사람을 보고 무언갈 결정하는 것은 너무 위태롭다. 이 좋은 사람들이 아닐 때, 이 좋은 분위기가 아닐 때 나는 그래도 어떤 의미를 찾으며 지금의 일을 기꺼워 할 수 있을까? 마늘과 쑥을 먹는 동굴 생활을 즐거워할까? 라고 물어야 함을 알고, 또 느낀다. 관계와 분위기는 지금, 여기의 문제일 뿐- 그걸 잘 즐기는 것은 나의 장점일 수도 있겠으나 그 반대는 조심해야할 부분인다. 실습 돌면서 지식도 지식이지만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느낀다. 고쳐야 할 점의 관점에서 너무 보게 되어서 좀 힘들긴 한데! 그것 또한 고쳐야할 점. 그냥 중립적으로 나를 알아가고 싶다.


오늘 글은 유달리 두서가 없네... 하루를 일찍 시작하니 많이 졸리긴 하다! 물론 이런 체력적 한계가 극한에 부닥치면(분위기가 좋으면 나는 이 한계가 좀 늘어나지만) 다 소용없고 뻗고 싶겠지. 팔자 좋은 학생의 단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나는 생각보다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는 걸 싫어한다.ㅠ 근데 하기로 맘먹으면 독하게 함 

++맘먹기를 싫어함

++맘먹는 게 내맘대로 안됨 

'의학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픈하트서저리  (0) 2018.07.17
Pace maker  (0) 2018.04.25
수술방  (0) 2017.06.19
실습 첫날!!!  (0) 2017.03.06
직업환경의학과 수업에 대한 소심한 열냄  (1) 201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