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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도+

직업환경의학과 수업에 대한 소심한 열냄

by 무대 2016. 10. 20.

직업환경의학과

나도 한마디로 말하라면 뭐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직업환경의학과가 처음 생겼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개말을 빌린다.

현대인은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직업과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직업환경의학은 직업 및 환경의 영향에 의하여 야기될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동시에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임상의학입니다.

결국 직업환경의학과에서는 온갖 직업병(직업병/직업관련성질환)을 다룬다. 소음성 난청, 근골격계 질환, 석면 피해,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피해, 납중독, 수은중독, 메탄올중독 등등을 다룬다. 우리나라에서의 첫 시작은 탄광부에게만 특이적으로 나타났던 제한성 폐질환 - 진폐증 진단 및 치료였다.

물론 증상 및 진단에 따라 해당되는 임상과에서 진료할 수 있지만 업무적합성 및 산업재해의 평가, 사업장에 작업환경 및 업무배치 시정을 법적으로 권고할 수 있는 권한 + alpha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에게 있다. (구체적인 케이스에 대해 정확한 프로세스는 나도 잘 모르겠다.) 심평원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과 일하는 의사라는 정도.

어쨌든, 나도 수업의 절반을 졸았던 것 같아서 솔직히 할 말은 없지만 ㅠㅠ 그리고 중고등학교 시절 이따이이따이 병 이런 거나 환경문제에 거의 관심없던 1인으로서 할 말은 없지만-

오늘 친구의 너무 재미없다는 얘길 듣고서 혼자 괜히 안타깝다. 사실 scientific하게 깊이 들어간다기보다는(pathophysiology보다) 거의 사회과학에 가까운 성격이 있다(수업에서는 여타 임상의학과 직업환경의학을 구분해서 설명해야 하므로 더욱 그런 성격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재미없다는 평을 주변에서 들을 때마다 그냥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 지, 의사의 전문성으로 사회의 부조리에 작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방기하는 것은, 몇단계의 다리를 거쳐 한 근로자가 환기 안되는 공간에서 작업을 지속해서 어느날 노말헥산 중독으로 하반신이 마비되게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일조하는 게 아닌지 괜히 열을 내게 된다. - 환자를 본 임상의사가 직업환경의학과의 영역을 존중하고 consult를 내야 시정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을테니 말이다. 그러는 나도 뭐 대단히 도덕적이고 대단히 훌륭한 생활을 하고 있냐 하면 정말 아니니까 할말이 많이 없다. 동기들이 잘 못할 것도 아니다. 그냥 잘 해낼 것이다. 그냥 똑똑한 친구들이 불가피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하게 깨어있길 바라는, 깨어있으려고 애쓰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눈 멀게 되는, 나의 일이 아니게 되는 이 사회의 수많은 문제 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그렇다. 나도 그러니까 그렇다.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지려면 정말 오랜, 큰, 각계 각층의 '용기 있는' 관심이 필요하다.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나는 데에는 안전점검을 소홀히했던 점검업체 직원, 서울 도시철도공사 의사결정권자들의 안전 불감증, 그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시스템(재원 구조에 따른 인력 배치 등으로 점검업체 직원도 물론 도저히 점검을 제때 잘할 수 없는 구조 였을지 모른다), 러시아워에 미친듯이 출근해야 하는 우리 나라 근로 구조, 개인의 안전불감증 등등 수천가지 원인이 영향을 미쳤다. 누구도 온전한 잘못을 한 것은 아니기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아니 모두의 잘못이다. 아주 사소하고, 아주 인간적인,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잘못들, 그런 책임의 방기들

이정도 열내는 걸 보니 너 직업환경의학과 가고 싶니? 하면 현재로서는 아니오- 자신없어요, 재밌을지도 모르겠고요. 제 몫은 아닐 것도 같은데요? -직업환경의학과에 맞는 인물이었으면 아마 로스쿨가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소심한 열냄.

(시험공부는 별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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