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시시한 것들에 대한 깊은 존경, 조금은 허술한 문장과 작위적인 설정에 대한 애정 같은 것들을 좀 더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뭐 쉽게 말해 단순함, 긍정적인 태도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타고난 부분은 아니니까 근육운동 하듯 늘려야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딱히 가치도 없는 일에 괜한 힘을 빼고,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은 문제로 소중한 행복을 놓치게 된다.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 말고, true emotional insight 를 갖기에는 아직 모자란 것 같다.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눈 앞에 있어서 말인데, 자기계발서 같은 것들, 그런 것들도 나름 고민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누가 유치한 거 알고(그렇지만 그래도 그 방법이 나아서) 썼을 지도 모른다. 허례허식, 빈말에도 나름의 정이 있고 과한 허세와 직업적 자신감에 믿음직스러운 구석이 생기기도 한다. 좀 피상적인 기록도 언젠간 아카이브가 된다. (인스타나 해볼까?ㅋ) 동정심을 억지로 유도하는 쇼잉(showing)도 그 나름의 짠한 진실을 품는다.
복잡하고 특별하고 정교한 것들 자체 혹은 이런 것들에 대한 과한 가치부여에 때론 염증을 느낀다. 논리, 철학, 대단한 통찰이 흔히 허무와 염세, 우월과 교조주의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한다. 일상의 건강함과 충만함은 아이같고 바보같은 마냥 즐거움에서 오는 것 같다.
감정은 마음 속 깊숙한 곳의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우울하기로, 분노하기로, 기쁘기로 선택한 깊숙한 곳의 결정에 따라 어떤 자극이 오든 그저 그렇게 반응한다는 거다. 감정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기에 앞서 무의식적이고 비이성적인 자극 그 자체일지 모른다(써놓고 보니 우울증의 원인이 꼭 외부 스트레스라기 보단 내부의 생물학적? 변화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는 설과 겹친다). 그 레버를 기쁨에 그냥 놓고, 평소의 나라면 조금 까다롭게 굴었을 문제에 대해 그저 헤헤, 좋아, 행복해, 시시덕 거리는 것이 참으로 훌륭하고 가치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인생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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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일 어버이날에는 그보다 그전 6-7일 집에 내려갔을 때에는 유독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무척 보고 싶고 아직도 가끔 믿기지 않는다. 작년 이맘 때 여러가지 불편한 마음들, 갈등을 품고서 만들었던 카네이션이 떠올랐다. 병실 침대 한가운데 그 꽃을 걸어두어 엄마와 나에게 너무 자랑한다고 면박을 받곤 했던 아빠의 모습이 그립다, 틈틈이 떠올리는데 아빠 역시 불완전한 인간이었겠지만 나는 삼남매 중 유독 아빠로부터 좋은 영향을 훨씬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빠랑 내가 성격이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하고... 괜한 부담감에 퉁명스럽게 굴고 마음을 다 내어놓지 못했던 순간들이 후회되기도 한다... 머리로는 그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충분히 좋은 시간들을 많이 가졌다고 알겠는데, 역시 허술함을 못받아들이는 영혼이라 그런지 아쉽고 미안한 순간들이 많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마음들을 주변에서 이해받고 싶다가도 또 자세히 말 안하면 어찌 알고 이해해주나 싶고 자세히 말하기는 쉽지않아서(뜬금없이...) 역시 혼자 감당해야할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ㅠㅠ 소아과 돌때 신경과 환자 휴게실에서 아빠 뒷모습을 닮은 사람을 보고 순간 울컥하기도 했다... 아무렇지 않다가도, 마음이 좋기까지 하다가도 어느 순간 엄습하는 상실의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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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나, 가끔은 익명 소통에 대한 열망으로 ㅋㅋ 익명의 이웃들을 맺어 네이버 블로그를 해볼까 라는 생각이 슬몃 들기도 했다. 검색 키워드는 주로 일전에 올린 mbti 관련 내용이 많다. ㅋ 그치만 댓글은 없고 말이다. 뭐 그러다 옮긴거 또옮기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ㅋㅋ 네이버 블로그를 하다가 생각보다 신상노출이 (주변에) 너무 빨리되어서 헉해서 옮긴 거였는데, 네이버 할 거면 블로그 내용을 정말 오프라인 나와 분리시키거나 아님 뭐 공개 블로그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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