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Before sunrise, sunset, midnight처럼 지적인 멜로에도 Everybody wants some처럼 막장으로 젊음을 발산하는(그 와중에 매우 저릿한 삶의 진실들이 드러난다) B급 아우라 영화에도 능하다. 보이후드나 스쿨오브락 같은 작품들도 다르다면 다르고... 그치만 전부 링클레이터가 만들었음이 느껴지는 코어한 감수성이 있다. 있을 법한 일이기도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느껴지기도 하고... 링클레이터 작품을 보면 사람이 갖는 다채로운 정서의 섬세한 면면들이 너무 잘 그려져서 - 때론 찌질하고 때론 노답이고 때론 고상하고 때론 모순적이고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애틋하고 때론 미혹되고 그런 모든 면면들... 참 진실에 근접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가 사랑한다. 무튼 페이스북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장인물 같은 마냥 행복한 웃음을 짓고 행복행복 딱지를 붙인 결혼사진을 올린 나의 일상도 더럽게 미저러블할 때가 있다는 거다. 그게 때로는 마음 한구석을 뭐라고 해야할까 외롭게 만들기도 하고 찰나동안이지만 스스로를 가식적이라 느끼게끔 하기도 하고 뭐 그렇다. 에라잇. 결혼 준비중엔 다들 스트레스 받는다고는 하지만서도 오늘의 나처럼 이렇게 다크해도 되는 건가 싶은, 적어도 밖으로는 행복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부담감. 그치만 행복도 나의 일부고 지금 이 미저러블한 상태도 나다. 그게 무엇이든 링클레이터처럼 나는 그 중심의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나답게 말이다. (욕한번 하고) (정말 최소한이지만 겁나 힘든) 내일 중간고사 공부와 커다란 행사(=결혼)를 앞두고 온갖 자잘한 일들(주로 연락 - 지도교수님께 연락, 친구들 모임에 대한 고민, 동아리 모임에 대한 계획, 동기들에게 알리기 등등)에 대한 압박감, 하루종일 지속되는 수업, 체력 방전, 그리고 뭔가 세상의 '악'이라고 표현하는 어떤 것에 대한 짧은 신경쓰임 이런 것들이 겹쳐져서 그냥 마음에 돌덩이가 콱. 죽을 뻔 했다. 너무너무 괴로웠는데 아무튼 오늘은 기념일이어서 어찌어찌 시간을 쪼개 만나서 살벌한 저녁식사 끝에 죽다 살아났다. (웬일로) 꽃사온거 잘했어. p.s. "우리는 모두 마음이 빈곤해질 때가 있어, 그렇다손 치고 넌 참 괜찮은 사람이야.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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