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길을 돌아 새로운 길을 택했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 진지하고 신중하게(사실 언제나 과할정도로 신중해왔지만-) 그러니까 조금더 일관되게 탑을 쌓아 올리자는 생각을 했었다. 이를 테면 (예를 들어) 소화기 내과 의사가 되기위한 길, 그와 관련된 자발적 공부, 그와 관련된 활동 등등을 하며 한발 한발 좁은 길을 나아가자고.
그러다 또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를 묻기도 전에 섣불리 스스로를 의심하고 다그쳤다. 너 이거 하고 싶다며 여기왔잖아, 이번엔 또 그거 한다고? 그거랑 이거랑 같이할 수 있어? 만약에 그게 아니면 (쓸데없는 거 하고서) 이거하려고 돌아오게?
그런데 말이다. 무얼 쌓아올리고 싶은걸까? 교수가 되기 위한 길? 대단한 업적을 쌓은 사람? 내 삶이 결국 나를 아주 깊이 이해하기 위한 여정이라면- 세상의 기준으로는 다소 뜬금없어 보일지라도 내 마음 속 목소리를 따르는 일관성을 가지고, 무엇이든 해냈던 나의 끈기를 붙잡고, 또 진실한 욕구인지 한없이 묻고 물었던 나의 신중함을 믿고서- 더 많이, 더 과감히 행동해도 괜.찮.다. 마음의 모순과 아리송함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아무런 욕구도 열정도 없이 멈춰서있지도 않고(그래도 괜.찮.다.), 맹목적인 목표를 가지고 남이 모는 기차에 몸을 실은 것도 아니고, 다만 단지 당장은 명확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 그런 안갯길을 우직하게, 때론 힘들다고 철푸턱 주저앉았다 다시 일어서서 걷고 있다. 평생 좁은 길을 걷고 있을지, 언젠가 어떤 공간에 넓은 울타리를 치고 앉아 나무를 키우고 동물을 돌보고 이웃과 저녁 잔치를 열게 될지 지금은 모른다. 설령 바깥 시선의 기준으로 말도 안 되는 다양한 길을 그리더라도 항상 순간의 유치한 진실함을 놓치지 말자. 그러면 된다.
저 위에 모든 다그침에는 그저, 응! 이라고. I am supposed to 'be'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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