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mo 소소한 육아일기
1월 16일에서 17일로 넘어가는 밤, 그러고보니 오늘이 우리 튼튼이 태어난지 만 2개월되는 날이었다.
우리 튼튼이는 태어난지 58일이 되던 1월 13일 밤, 10시간 통잠을 잔 수퍼 순둥이다. 밤수 담당 남편이 배고파할 때 될까 하며 쪽쪽이를 물렸더니 쪽쪽 물며 옹알옹알하다 에오에오하다가 그렇게 이틀을 연달아 밤잠으로 내리 10~12시간 통잠을 잤다. 첨엔 기특하기도 하고 좋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일찍 통잠을 자게 된 건 아닌가 하고 또 굳이 혈당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괜히 무리할 필요 없겠다 싶어서 어제부터는 그냥 중간에 한번 깨워서라도 먹이기로 남편과 얘기했다.
우리 튼튼이는 너무 잘 먹고, 살짝 둥가둥가하다가 눕히면 알아서 등대고 잘 자고 (혹은 스스로 졸려해서 그냥 눕히면 잔다), 잘 싸고, 에지간하면 좀처럼 강성울음이라는 걸 들려준 적이 없는 정말 수퍼 순둥이이다.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본인이 본 순한 아기 탑5에 든다고 하셨지만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길래 그냥 그럭저럭 순하려니 싶었는데, 키우며 이것저것 읽다보니 튼튼이 같은 경우가 유니콘 베이비인가 싶긴하다...ㅋㅋ 그런데 부모 마음이 참 요상한 게 기특하고 좋다가도 우리 애가 순한 기질이라 요구사항이나 불편한 점이 있어도 잘 표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가끔은 더 짠하다 (복에 겨운 것일 수도 ㅎㅎ). 어떨 땐 튼튼이가 울면 남편과 둘이서 아이구 그래 그렇게 울어야지, 추웠어? (추위에 매우 약함) 불편했어? 하며 반길 지경... 아 물론 그래도 소변 기저귀 (찡얼찡얼 캭-에- 캑-힝 정도, 대변은 별로 불편하지 않아 한다 ㅠㅠㅋㅋ), 신생아 시절 괄약근 힘주기 (얼굴 빨개지며 용쓰기), 온도 변화와, 결정적으로 배고픈데 밥 주는 거 미뤄지면 응애응애하고 잘 운다. 식욕이 아주 좋은 친구라 배 엄청 고픈 티 냈는데 기저귀를 먼저 간다? 그럼 아주 격하게 공격적이 된다 ㅋㅋ (휴 다행이다 먹을 거 좋아해서)
오늘은 하루 종일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 걱정이 많이 됐다. 아침을 기가톤 + 메가톤 물대변으로 시작했고 오전 수유 후에 몸에 기대어 누여놓았는데 난데없이 양쪽 콧구멍, 입으로 주르륵 게우고 (속역류는 있어도 게우는 건 정말 잘 없는 일 + 게워도 입 옆으로 살짝 흐르는 정도인데 오늘은 압력이 훅 올라와서 구멍이란 구멍으로 다 나오는 게 보였다 ㅠㅠ), 평소보다 덜 interactive한데다가 놀 때도 힘이 쪽 빠져있던 우리 아가 ㅠㅠ 오후에 잠시 내 꼬리뼈 치료로 함께 외출했다가 와서는 그 때부터 미친 듯이 먹을 걸 찾길 시작했다. 수유하고 한 잠도 안 잤다가, 갑자기 엥? 1시간 40분만에 또 배고픔을 표시해서 얘가 왜이러지... (평소 낮 수유텀은 3-4시간) 달래보려다가 안 달래져서 또 수유하고, 내가 넉다운됐는데, 남편이 그렇게 6시에 아기를 받아서 저녁 9시까지 또 계속 배고파하며 보채는 걸 달랬다고 한다. 예정했던 목욕도 못했다. 평상시엔 평온한 막수 후 8시쯤 둥가둥가하다 눕혀놓으면 평온하게 자는 아이가 왜 이리 보채는지 걱정이 되어 어제 녹여준 해동 모유가 문제였을지, 내가 마신 우유가 문제였을지, 간단한 바이러스 질환을 앓고 지나가는지, 내일 2개월 접종을 잘 견딜지 무척 걱정이 됐다. 유튜브에 원더윅스니 성장급등기니 찾아보다가, 아무래도 상호작용도 덜하고 잘 놀지도 않고 먹을 것 찾으며 보채는 건 아픈 쪽인 것 같아서 그건 아니려니 했다.
많이 먹어도, 적게 먹어도, 순하게 있어도, 평소와 다르게 보채도 계속 마음이 쓰이는 아기... 이 아이도 커서 독립을 향해 나아갈텐데, 지난 58일도 순식간이었지만 앞으로의 시간들도 훌쩍 지날 것 같아 벌써 마음이 아리다 ㅎㅎ (남편과 나는 서로 옥시토신 과다 부부라고 하며 웃는다 ㅋㅋ 애가 너무 소중해서 이 시간들이 멈추면 좋겠어서...ㅋㅋ) 인간의 굴레? 숙명?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세대와 세대가 오버랩되며 시간이 흐르는 구나... 지금은 전적으로 내가 필요한 우리 아기도 언젠가는 혼자 살기를 해야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가 아프지말자~ 사랑해